Nanoscale Simulations Lab.

Enabling the future with micromachines

광집게로 DNA의 꼬인 나선 풀고 세포 특성 파악한다

과학동아 2010년 5월호 기사

 

나노시뮬레이션 연구실

Nanoscale Simulations laboratory


엄지와 검지 끝으로 익히지 않은 쌀 한 톨을 집어 들어보자.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타원형 모양의 쌀은 긴 쪽 지름이 5mm이고 두께는 3mm에 지나지 않아 두툼한 어른 손가락으로 집기에 크기가 너무 작다. 아무리 움직임이 자유롭고 민첩한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도 말이다.

하지만 끝이 좁은 핀셋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가지런히 쌀알들을 나열할 수도 있고 쌀알들로 예쁜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알맞은 기능을 가진 장비, 이것이 도구의 힘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과 나노시뮬레이션 연구실에는 쌀알보다 훨씬 작은, 수 마이크로미터(1μm=10-6m) 크기의 물체를 집을 수 있는 집게가 있다. 얼마나 작고 정교한 집게이기에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미세 물질을 제어할 수 있을까. 이 신기한 집게를 보기 위해 광주과학기술원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힘을 따라 움직이는 나노입자

“세포를 집는 집게를 보러 오셨다고요. 그런데 어쩌죠. 이 집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요. 바로 적외선 레이저로 된, 빛의 집게거든요.”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용구 교수의 설명에 듣고 있던 두 귀가 번쩍 뜨였다. 질량이 없는 빛에 물체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니, 접착제를 바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빛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혹시 밑에서 위로 바람이라도 불어 물체를 띄운 건 아닐까.

“입자에는 중력과 반대되는 어떠한 힘도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입자가 위아래 연직방향으로 밖에 움직이지 못하겠죠. 이 집게는 입자를 연직은 물론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고 회전을 시킬 수도 있습니다. 빛의 특이한 성질을 이용한 이 집게를 ‘광집게(optical tweezer 또는 optical trap)’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광집게의 원리는 무엇일까. 광집게의 역할을 하는 적외선 레이저는 광학 현미경의 대물렌즈를 통과해서 시료에 닿는다. 대물렌즈처럼 초점거리가 매우 짧은 렌즈로 빛을 강하게 집속하면 초점 근방에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이 나타난다. 빛이 굴절률이 다른 물체를 투과하려고 할 때 운동량이 변하기 때문이다. 마치 호스로 벽에 물을 뿌리는 상황과 같다. 물줄기에 벽을 미는 힘이 생기는 이유는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물분자들의 운동량이 벽을 미는 힘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빛을 이루는 재료인 광자도 매질이 다른 물질을 만날 때 굴절하면서 운동량이 변하고, 이때 광압 차이가 생기면서 작은 물체 같은 경우 끌려간다. 따라서 구슬처럼 완벽한 구의 형태를 띠어서 물체 내부에 초점이 잘 형성되는 입자가 포획이 잘 된다.

광집게를 실행시키려면 먼저 보호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적외선 레이저는 X선 레이저만큼 출력이 세진 않지만 눈에 직접 비추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레이저 시동을 걸고 약 5분이 지나자 벽에 걸린 대형 액정디스플레이(LCD) 화면에 수십 개의 동그란 작은 원들이 나타났다. 대물렌즈가 포착한 나노 입자 시료들이다. 완벽한 구의 형태를 띠는 이 입자들의 크기는 5μm로 동일하다. 이 교수는 “레이저가 물체 내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빛이 침투하는 물체의 경우는 크기가 0.1μm~100μm, 금속은 5~100nm까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은 일반적으로 빛이 침투하지 못하지만 아주 얕은 깊이까지는 가능하다. 따라서 물체의 크기가 현저히 작다면 금속도 포획이 가능하다.

LCD 화면을 보면서 마우스로 시료 입자를 클릭하고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마치 자석에 끌리듯 입자가 마우스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다녔다. 외력이 작용할 경우 입자는 마우스의 중심점에서 약간 이동하게 되는데 이 이동거리에 광집게의 스프링 상수를 곱하면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광집게로 이제껏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힘의 단위라고 알려져 있는 피코뉴톤(1pN=10-12N)의 힘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들 사이의 결합력과 DNA의 탄성을 측정할 수 있다. 세포 또는 분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 셈이다.

광집게는 원하는 모양의 마이크로 구조를 만드는 데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수mm보다 작은 입자로 이뤄진 구조는 조립하지 않고 반도체 공정에서 많이 쓰는 식각이나 증착, 자기조립처럼 전체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가 없고 입자들 사이에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수십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크기의 입자들을 자유자재로 조립할 수 있는 광집게는 앞으로 μm 크기의 기계들을 제작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체 속으로 들어간 빛에 힘이 발생하는 이유

이 연구실에서는 광집게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실험을 하고 있다. 물체의 물리적 특성과 환경 조건에 따라 물체를 포획하는 힘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장에 따라 포획할 수 있는 물체의 크기는 어디까지인지 실험과 함께 이론적인 계산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광집게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1970년에 이론적으로 처음 발표됐고 1997년에는 응용연구가 노벨상을 탈 정도로 인정받은 연구”이라며 “앞으로 생물이나 의학 같이 미시세계를 다루는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 성과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시세계를 들어 올리는 광집게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가능성을 들어 올릴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광집게로 동아사이언스의 로고를 만드는 모습은 과학동아 홈페이지(www.dongaScience.com/D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학동아 김윤미 기자,